



 나무는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적도를 지나온 인도네시아산 티크벌은 긴 세월 바람과 비, 해충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마침내 오늘, 한 교회의 역사 앞에 섰습니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판재가 아니라 벌레가 지나간 자리와 깊은 옹이,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그대로 안고 선 이 단면은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을 닮았습니다. 저 벌레구멍은 결핍이 아니라 은혜의 자리입니다. 흠집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하나님께 붙들린 시간의 흔적입니다. 자격 있어서가 아니라, 연약함을 아시기에 맡기신 자리. 강해서가 아니라, 약함 속에서 일하시는 분을 알기에 비로소 감당하게 되는 부르심. 목사님께서 이 나무를 바라보실 때마다 “나는 본래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 고백 위에 “그러나 주의 은혜가 나를 세우셨습니다.” 라는 감사가 덧입혀지기를 소망합니다. 나이테는 중심을 향해 모여 있습니다. 목회의 시간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사람을 향해 흩어지되, 마음의 중심은 언제나 복음에 모이고, 사역은 넓어지되, 영혼 앞에서는 더욱 낮아지는 삶. 상처를 숨기지 않는 나무처럼, 연약함을 감추지 않는 목회가 오히려 성도들에게는 가장 큰 위로가 됩니다. 행복한 목회란 문제가 없는 목회가 아니라, 은혜를 잊지 않는 목회일 것입니다. 티크벌의 단단함 위에 새겨진 위임의 글처럼 목사님의 사명도 단단하되, 그 안에는 늘 겸손이라는 결이 흐르기를. 벌레구멍을 통해 빛이 스며들 듯 연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목회의 계절이 이제 시작되기를 기도합니다. |